집짓기 프로세스(과정)을 특정 단계로 정리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각 건축가마다 작업 스타일이 다르기도 하고, 집의 구조, 크기, 모양, 지형 등에 따라 조금씩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라이언트, 건축주에게 집짓기 프로세스는 무척 중요하고 또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 역시 명백하다. 이런 과정을 단순히 건축가가 알아서 해주겠지 하고 맡기고 기다린다거나, 무시하고 있으면 결국 소통에 문제가 생기고 만다. 그래서 건축가 만큼 디테일하게는 아니어도 대략적인 과정과 공정을 건축가는 설명하고 클라이언트는 이해하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건축가 4명과 함께 어떤 프로세스로 주택이 지어지는지, 또 각 건축가마다 어떤 부분이 다른지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건축가를 선택해? 비용이 아닌, 나와 내 집에 맞는 건축가
건축가를 만나고 선택하는 것이 집짓기 프로세스의 첫 번째 단계다. 건축가를 선택한다는 건 실력 있는 건축가를 고르는 것도 있지만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의 능력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이 과정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실력 있는 건축가를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또 내 집과 집의 규모에 맞는 건축가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맞다.
집을 한 달, 또는 일주일 만에 짓는다고 홍보하는 회사도 있지만, 집은 빨리 짓는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생활과 패턴 등이 잘 녹아 있는 나를 이해하고 있는 집을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을 단순히 기간으로 대변하는 것은 위험하다.
건축가(사)를 통해 집짓기를 시작하면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과정을 함께하게 된다. 비용이 적게 드는 건축가를 선택해 작업하게 되면 이 과정이 고통스럽게 변한다. 건축가와 클라이언트 성향이 비슷해도 다양한 문제에 부닥치게 되는 것이 집짓기다. 이때 나와 맞지 않는 건축가와 함께하게 되면 1년간 소통의 답답함을 그대로 안고 가야 한다. 무척 고통스러운 과정이고, 집을 다 지은 후에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이 된다.
첫 미팅, 그럼 무슨 이야기를 할까?
일반적으로 클라이언트는 이런 집을 짓고 싶다고 자신이 모아온 레퍼런스, 또는 스케치를 보여주면서 가격을 흥정하기도 한다. 자신이 구상하는 집에 대한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은 좋지만 가격 흥정을 첫 미팅에서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 과정은 건축가를 선택한 후 2차 미팅 또는 계약 전 미팅에서 확인해도 늦지 않는다.
땅을 같이 보러가지 않으면 나쁜 건축가?
계약 전, 건축가를 고르는 과정에서 땅을 같이 보러 가 달라는 클라이언트도 있다. 과거에는 위치에 상관없이 함께 가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추세가 많이 달라졌다. 건축가의 성향과 작업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계약이 성립된 후 부지를 확인하다.
이유는 과거와 달리 규격화된 택지지구에서 나온 땅이 많아 계약 후 주변 환경과 건물 등을 확인해도 작업 진행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고, 또 사무소와 거리가 꽤 있는 경우는 하루를 온전히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무료로 하기에 부담이 되는 부분도 있다.
특별한 부지의 경우 건축가도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확인을 하고 작업을 할지 안 할지를 선택하지만,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주택 부지는 계약 후 확인한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땅도 안 보고 계약해도 되나 싶지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이 부분이 마음에 쓰인다면 계약 전 부지 방문에 대한 시기와 이야기를 명확히 해 두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