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의 한 경사진 대지에 다큐멘터리 작가 부부의 집이 있다. 대지의 경사를 반영해 계획된 이 집은 김현석 소장이 이끄는 ‘준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의  프로젝트이다.

흐르는 집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주택은 바닥 면적 167.47m2(약 50평)의 공간을 한 층에, 단절된 벽체 없이 풀어낸 보기 드문 주택이다. 무수한 고민의 결과물인 흐르는 집은 흔히 접할 수 있는 보편적인 공간을 통해 일상적이지 않은 주거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삶에 맞춘 공간, 공간에 맞춘 삶

공간이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공간으로 인해 생활이 변화하기도 하지만 한 개인의 특성이 새로운 성격의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벽으로 분리되지 않는 파격적인 흐르는 집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단절되지 않는 공간 분리법

대지의 경사가 반영된 주택이 평지의 주택과 다른 점은 외부 경사를 따라 실내에도 높낮이가 생긴다는 것이다.
경사지라는 조건은 큰 결점일 수도 있지만 대지를 잘 활용했을 때는 매력적인 공간이 된다.

흐르는 집은 경사진 땅에 지은 단층 주택이다. 단층임에도 불구하고 부지의 높이 차를 이용해 각기 다른 네 개의 레벨을 가진 공간들을 만들어냈다.  

네 개의 레벨이 존재한다는 것은 네 개의 공간이 서로 다른 부피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층의 건축물에서 단차를 만드는 것은 보다 풍부한 공간감을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흐르는 집에서도 현관에서 침실, 주방, 거실까지 흐르는 듯한 동선을 따라 변화하는 레벨 차이와 만나며 다채로운 공간감을 만들어냈다. 

경사지 그대로, 층이 아닌 단차를 활용한 내부 공간 분할

다양한 레벨과 함께 눈여겨 볼 부분은 공간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흐르는 집에서 외기에 접한 부분과 욕실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벽을 찾아보기 어렵다. 방과 주방, 거실을 오직 바닥의 높이 차와 가구로만 분리했다.

이와 같은 개방된 구조의 장점은 실제 크기보다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고, 필요에 따라 두 개 이상의 공간을 하나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방된 구조로 인해 공기가 한 공간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은 큰 단점이 될 수 있다. 연교차가 50℃에 육박하는 국내에서는 이러한 오픈 플로어를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다.

대지의 경사를 극복한 외부 공간 계획

이 부지의 높은 곳과 낮은 곳의 차이는 약 2.1m이다. 실내의 레벨 차이를 통해 대지의 경사가 어느 정도 극복되었지만 현관 앞 일부 공간은 대지의 높이보다 낮은 반지하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반지하는 생활의 질을 좌우하는 채광과 환기, 습도 조절에 어려움이 있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

흐르는 집에서는 동일한 높이에서 연속되는 창호와 현관 앞의 넓은 선큰(Sunken), 중정 계획 등을 통해 채광과 환기 문제를 해결했다.

특히 현관 앞의 넓은 선큰으로 인해 건물이 대지에 묻히는 부분이 최소화되었고 선큰 자체가 거대한 트렌치가 되어 침수 피해 방지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반지하는 생활의 질을 좌우하는 채광과 환기, 습도 조절에 어려움이 있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
흐르는 집에서는 동일한 높이에서 연속되는 창호와 현관 앞의 넓은 선큰(Sunken), 중정 계획 등을 통해 채광과 환기 문제를 해결했다.

특히 현관 앞의 넓은 선큰으로 인해 건물이 대지에 묻히는 부분이 최소화되었고 선큰 자체가 거대한 트렌치가 되어 침수 피해 방지 역할을 한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강렬한 선과 면의 조화

사람들은 한정된 정보를 통해 보이지 않는 부분을 유추한다. 유추의 대상은 사물이나 사람이 되기도, 공간이나 풍경이 되기도 한다. 정직하고 강렬한 입면의 흐르는 집 또한 마찬가지이다. 백색의 견고한 면과 단순한 창호 계획이 만들어 낸 정직한 입면은 간헐적으로 노출되는 실내 이면의 공간을 상상하게 한다.

더불어 이 독특한 입면은 실내에도 영향을 주었다. 거실과 서재 상-하부의 길쭉한 창호와 ‘떠 있는 책장’을 통해 외부의 잡다한 풍경과 시선을 걸러내면서 외부와 연장된 공간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주어진 공간에서 벗어나는 일

공간은 누군가 정의한 보편적인 생활 모습에 맞게 만들어 낸 보편적인 공간이다. ‘으레 그럴 것’이라고 떠올리는, 보편적인 집의 모습 대부분은 타인이 정의한 것이다.

그러나 보편적인 것이 편리함과 가까울 수는 있지만, ‘나에게 잘 맞는가’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부부는 4년간 타지의 전세 집에서 주택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 기간동안 추구할 것과 감수할 것의 리스트를 수도 없이 지우고 썼을 것이다.

흐르는 집은 단지 주거 공간을 넘어 부부가 결정한 삶의 모습이다.

ARCHITECTS
: 준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김현석

PHOTOS
: 김용관, 김현석, 이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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