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짓는 걸까? 안 사(Live)는 걸까?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인더스트리얼 철골 주택

못 짓는 걸까? 안 짓는 걸까? 아니면, 살지 않는 걸까?

시카고 Wicker Park 지역에는 카페 같기도 하고, 창고 같기도 한 독특한 이탈리안식 고건물이 있다. 주택이다. 다양한 건축적 장치와 시도도 놀랍지만 국내에는 나오기 힘든 구조와 형태를 차용하고 있기에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국내에서 시도되기 힘든 이런 구조적, 형태적 특별함은 기후나 기술적인 한계 때문이 아닌, 사회 인식과 전통적 관습의 차이에 의해 만들어진다.

기후 문제? 주택은 사회 인식과 흐름 그리고 생활 방식의 차

한국보다 편차는 작지만, 시카고의 겨울과 여름도 상당하다. 겨울에는 -10도 이하, 여름에는 30도가 넘게 오르내린다. 이렇게 계절별 온도 편차가 심한 지역임에도 스틸(철골) 구조의 주택을 만들어 사용한다. 철골구조가 놀라운 것은 단열, 냉난방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전도율이 높아 단열과 냉난방에 민감한 국내 주택 설계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카고 주택은 오픈된 환경의 공간과 큰 유리벽(창), 이층을 아우르는 수직 구조를 더해 집으로 사용하고 있다.

계절과 온도 편차를 생각하면 국내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형태지만 북미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추위와 단열의 문제보다 공간이 주는 가치와 만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활을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왔다.

공간을 사용하고, 그 공간에서 생활 모습을 보면 국내와의 차이점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내부에 난로를 두고, 소파 근처에는 담요가 배치되어 있으며, 집 내부지만 두꺼운 옷과 양말을 신고 생활한다. 겨울은 ‘원래 추운 거야’라고 대수롭지 않게 당연한 듯 생활한다.

건물에 담기 전통은 그대로, 공간은 현대적으로

dSpace Studio 라는 지역 건축사무소는 이 이탈리안식 스틸(철골) 구조의 건물을 젊은 가족을 위한 보금자리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가족, 건축회사 모두 기존에 건물이 가지고 있는 전통성과 독특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부 공간은 현대적으로 확장하기를 바랐다.

스틸 구조를 그대로 두고 인더스트리얼한 느낌을 최대한 살려 내외부 디자인을 진행했다. 높은 층고의 장점을 살려 인더스트리얼 디자인과 합이 좋은 메자닌을 설치하고 공간이 가진 수직적인 공간감을 최대한 살렸다.

주택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독특한 오픈 방식의 Steel frame Glass door는 예상외로 건물과의 발란스가 좋다. 재료 물성은 물론 기능적으로도 완성도 높은 조화다. 스틸과 글라스의 조합은 문의 개폐 여부와 상관없이 외부 공간까지 확장된 내부 공간을 만들어낸다.

눈이 쌓인 하얀 바깥 풍경과 천장에서 길게 내려앉은 내부 난로에서 발산되는 노란 불빛, 러그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져 절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항상 따뜻할 필요 없는 공간도 있다

작은 난로 하나, Lounge 체어, 러그로 채워진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공간 이지만 책 하나 끼면 해질 때까지 머무르게 되는 공간이다. 이런 공간은 전통적인 리빙룸은 아니다. 세컨 리빙룸이나, 엔터테이닝 룸, 서재 같은 공간은 냉난방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70%가 아파트를 경험하고 또 살아오면서 아파트 구조와 공간이 생활 공간의 정석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이런 인식은 일반 단독주택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생활 공간은 제한적이고 보수적으로 성장해 왔다.

이 시카고 주택의 리빙 룸 공간은 국내에는 무척 생소한 공간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천고, 공간 활용방식 등, ‘왜 공간을 이렇게 낭비할까’라는 의문이 들것이다. 이전까지 경험한 적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건물은 그 지역의 기후, 환경, 생활 문화 등을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그 안 매몰되어 본질을 잊게 되면 안 된다.

공간을 어떻게 접근하고 활용하냐에 따라 단열 문제 역시 골칫거리가 아닌 자연스러운 계절 변화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인식의 경계와 경험이 중요한 것이다.

생활 공간은 경험의 산물이다. 경험하지 못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그런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는 건축가가 가장 어려워하는 작업은 기능적, 디자인적인 아이디어 보다, 이 공간이 왜 이래야 하는지에 대해 클라이언트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건축주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집을 지을 돈뿐만이 아니다. 집을 짓기 전 다양한 공간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이해해, 한 차원 높은 공간을 보고, 알아차릴 수 있는 안목을 쌓는 것도 필요하다.

Architects
: dSpace Studio

Photographs
: dSPACE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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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경태
공 경태
사진 찍고 글 쓰고 칵테일 만들며 집 꾸미는 엔지니어. 생활 공간이 삶의 질의 바꾼다고 몸소 채험하는 집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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