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Auguste van Oppen과 Evert Klinkenberg는 2018년, 노부부와 그들의 자녀인 젊은 부부가 함께 거주할 주택을 완성했다. 성격이 다른 이 두 가족의 모든 구성원이 만족하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Auguste와 Evert는 ‘대조의 미학’에 중점을 뒀다.
450제곱미터(약 136평)의 이 주택은 실용, 개방과 폐쇄, 콘트리트와 목재 등 대조되는 포인트를 함께 배치함으로 예술과 실용성을 동시에 담았다.
앞 뒤 얼굴이 다른 파사드(Façade)
건물에도 얼굴이 있다. 파사드(Façade)는 건물의 정면, 즉 건물의 얼굴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주택의 경우 앞면과 뒷면의 파사드가 모두 비슷한데 비해 이 주택은 앞과 뒤를 완전히 다르게 디자인했다. 단열과 소음 차단을 효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남향의 전면 유리 설계는 자연광을 통한 단열을 위함이다. 덕분에 주택 내부에서는 탁 트인 전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반면 북향은 최소한의 창만을 배치해 번화가의 소음을 거의 완벽히 차단한다. 이런 독특한 디자인의 파사드는 이처럼 실용적인 이유에서 탄생한 것이기도 하지만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기 위한 건축가들의 분명한 의도 또한 담겨있다.
도시경관을 즐기는 노부부, 아웃도어를 만끽하는 젊은부부
이 5층 주택에는 노출 콘크리트와 포인트 컬러로 디자인한 멋진 계단과 더불어 엘리베이터를 따로 설치했다. 도시 경관을 즐기기 위해 건물 상층부 공간을 선택한 노부부의 결정 때문이다. 그래서 건축가들은 건물 상층부에 발코니 공간을 조금 더 여유롭게 설계했다. 넓은 발코니처럼 인생의 황혼기를 여유롭게 즐겼으면 하는 건축가의 배려일 것이다.
반면 젊은 부부는 정원을 포함한 건물 하층부를 생활 공간 및 사무실로 활용한다. 건물 상층부는 수평적 여유로움을 강조했다면 하층부는 오픈 플로어 플랜(Open Floor Plan)으로 설계해 수직적으로 탁 트인 공간을 연출했다. 또한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식물을 기르기도 하는 정원은, 가족의 캠핑 장소로도 자주 활용된다.
인생의 황혼기와 인생의 황금기가 공존하는 주택답게 경관과 대지, 이 모두를 제대로 즐기도록 설계된 점이 인상깊다.
*오픈 플로어 플랜이란?(클릭)
콘크리트라는 ‘악보’ 위에 목재라는 ‘음표’
이 주택은 대형 콘크리트 석재와 고품질의 단열재가 주를 이룬다. 특히 콘크리트를 그대로 드러낸 벽과 계단은 과하게 꾸미지 않은, 거친 멋이 느껴지는 요소다.
이처럼 콘크리트가 이 주택의 ‘악보’라면 그와 대조를 이루는 재료인 목재가 마치 ‘음표’처럼 이 공간에 배치되었다. 콘크리트 계단 뒤로 보이는 엘리베이터는 목재로 감싸져 있고 상층부 공간에 놓인 분리 가벽은 목재 합판으로 제작되어 기존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차갑고 거친 느낌의 콘크리트와 따뜻한 분위기를 주는 목재의 조화가 주는 또 하나의 미학이다.
오늘날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가 함께 사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한 공간을 공유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부모 세대 혹은 자식 세대와 합치는 것을 망설였다면, 이런 주택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Architect
: BETA office
Photographs
: Ossip van Duivenbode
Manufacturers
: Kaw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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