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는 잊혀질 수 있지만 건축물은 오랜 시간 기억된다.’
퇴촌 건축가라 스스로를 부르는 김원기 건축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필자가 느낀 한 마디다.

 서울 그것도 강남 한복판에서 치열한 건축 현장에 몸담았던 김원기 건축가. 퇴촌으로 작업장을 옮겨 과거보다는 조금 느슨하지만 더 깊이 있게 집을 짓는 ‘지역 건축가’로서의 그의 모토를 들어봤다.


퇴촌에 직접 지은 집, 만족보다는 경험이라 생각

치열한 경쟁 PT, 대형 프로젝트만을 맡으며 건축사가 된 후 15년 넘게 서울 강남에서 일해왔던 김원기 건축가. 매일이 경쟁이었던 하루하루는 스트레스이기도 했지만 성취이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서울에서의 화려함을 버리고 퇴촌에 집을 지었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그가 설계한 ‘지렁이집’. 가족의 공간이자 그의 작업실이고 동시에 주민들이 인정하는 공용 공간이기도 하다. /출처: 김원기 건축가 인스타그램


“다들 말렸었지요. 그 편리한 아파트 생활을 버리고 지방에 내려온다고 했으니 어쩌면 당연하죠. 그렇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요. 저는 경쟁의 한가운데에 있었지만 아이들만큼은 그런 환경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강남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 일했던 건축가에게 지방 생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그는 말한다. 아마도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건축가로서 ‘잊혀진다’라는 느낌 때문일지 모른다.
또한 그는 경쟁에서 자연스럽게 익힌 완벽주의 성향 덕에 직접 지은 집에 대해 스스로 아쉬운 점을 꽤 발견했다. 그렇지만 그는 이곳에 와 지역 건축가로 활동하며 만족보다는 ‘경험’을 중요시하게 되었다고 한다.  

 
틀에 갇힌 설계보다는 실험적인 설계

그의 건축 모토는 ‘보통의 꿈, 특별한 집’이다.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꿈을 집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래서 예산이 조금 낮더라도 건축가로서 실험적인 설계를 할 수 있는 제안이라면 작업에 착수한다. 최근 완성된 경기도 여주 ‘타래의 집’이 그 사례다.

‘타래의 집’은 공장 부지에 방치된 철골 위에 집을 지어야 했다. 그것도 극소의 예산임에도 거절하지 않은 이유는 도전하고자 하는 실험정신 때문. 지방에 내려와 깊이 있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즐거움 중 하나다.


보통과 보통이 만나 탄생하는 특별한 결과물

땅을 잘 읽는 것이 건축가의 기본 소양이기도 하지만 그는 특히 자연에서 온 물성을 좋아한다. 지방에 내려와 목수와 함께 콜라보를 하기도 했다. 나무를 일일이 잘라 내부 벽에 배치하기도 하고 반대로, 한옥을 샌드위치 판넬로 디자인 한 작업도 있다. 방향성은 하나다. 다양한 소재를 실험적으로 활용하고 배치해 뻔한 트렌드에서 벗어나고자 함이다.


사용자의 만족과 기대치를 버전업 시키는 것이 우선

건축가가 자신의 디자인을 실현시키고 실험하는 것보다도 사용자의 만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퇴촌에 와서 직접 지은 집에 살아보니 그 목표가 더욱 강해졌다. 또한 사용자가 기대했던 것보다 버전업 시키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다.

그 목표를 위해 건축주와 친구처럼 밀착해서 자주 만나는 편이다. 수많은 스케치, 시공자와의 솔직한 대화들로 좋은 집을 짓기 위해 노력한다.


“지역 건축가가 되고 나서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시간이 많습니다.
치열하게 경쟁하기보다는, 건축주와 시공자가 고민할 시간, 스스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까지의 시간… 그 시간들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지역 건축가로서의 즐거움입니다”

출처: 김원기 건축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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