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아니, 집이야! 하늘과 자연, 가족의 꿈을 담은 양주시 우주 주택

사전에서 우주(The Universe)는 무한한 시간과 만물을 포함하고 있는 끝없는 공간의 총체라 정의된다.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 봤을 때 모든 것이 무한한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존재, 그리고 그 개별 존재들 간의 관계성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의 존재를 일컬어 작은 우주라 했다. 이 작은 우주들이 최소 단위로 모여 생명 활동을 하는 공간, 그것이 집이다. HB건축사 사무소는 경기도 양주시에 유일무이한 개별적 존재(가족)을 위해 또 다른 우주(宇宙)라는 흥미로움으로 가득한 집을 만들었다.




가족의 바램과 한계

우주는 김영우씨 가족(건축주)의 바램을 담아 지어졌다. 김영우씨 가족은 마당이 넓고, 살아가는데 넓게 느껴지는 집, 자연을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집을 원했다.

그러나 입지 환경은 그들의 바램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 대지 주변에는 도로와 작은 공원이 있어 인접필지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운 땅이었지만, 한 필지당 70평~80평(230m2 ~ 265m2)내외로 분할된 공공 분양지였다. 이러한 입지 환경에서는 살아가는데 넓게 느껴지는 집, 자연을 조망하는 집을 건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계를 넘은 새로운 솔루션

HB 건축사 사무소는 김영우씨 가족의 소원이 실현 되는 방안을 찾아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외부 입지 환경이 자연을 넓게 바라보고 느끼기에 부족하다면, 반대로 집 내부로 자연을 끌어들이자는 신선한 해결책이 제시되었다.

HB 건축사 사무소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인 집과 앞마당으로 구조를 설계하지 않고, 집 안에 여러 개의 작은 공간을 마련하여 안 마당을 만들었다. 집 밖에 있던 마당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 발상적인 설계였다.

이러한 해결책에 따라 우주는 77평(254m2)의 대지에 연면적 63평(207.5m2)의 지상 2층 건물로 건축되었다. 이 집의 주 재료는 노출콘크리트 마감이다. 자연과 맞닿은 외부 입방체는 나무의 질감을 살린 송판 노출 마감이고 사람이 사는 내부의 작은 중정 마당들은 다양한 사각 패턴의 거푸집 노출 마감이다.

안에 있지만 밖으로 열린 마당

1층은 작지만 여러 개의 마당이 있고, 2층은 이동을 위해서 공간과 공간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1층 중앙 마당은 새로운 사람을 맞아 들이는 장소와, 다른 방으로 가는 통로 이렇게 마당 본연의 두 가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계 되었다.

또한 마당은 수직의 공간이 아니라 수평의 공간이기에 벽으로 경계를 짓기 보다는 장소와 또 다 장소 사이에 공간을 두어 벽을 대신하게 했다. 마당 위에서 바라본 하늘은 눈부시게 파랗다.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이 공간은 봄과 가을에 낮에는 빛의 통로가 되고 밤에는 바람의 통로가 된다.

빛으로 가득 찬 집안

살아가는데 넓게 느껴지는 집을 지어달라는 김영우씨 가족 요청대로 거실 큰 창은 밖의 풍경을 그대로 담아 내고 있다. 집안과 바깥의 높이가 같으면 그 경계선이 모호해져 집 안이 좀 더 넓게 보이는데, 멀리 있는 외부 풍경이 마치 스스로 정성스럽게 가꾼 실내 정원을 내다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또한 자연을 조망하고 바라볼 수 있게 해달라는 두번째 요청에 따라 2층은 안에서 밖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점(View Point)을 최대한 배치했다. 그리고 2층의 생활공간 역시 한 장소와 또 다른 장소를 벽으로 구분하지 않고 그 사이에 공간을 넣음으로써 원근감으로 살려 공감각적 효과를 극대화 시켰다.

작업 공간 역시 밖의 풍경을 그대로 내다 볼 수 있도록 설계 되었다. 또한 마감재로 목재를 사용하여 원목이 주는 차분함을 빛이 감싸도록 해 고급스런 편안함을 극대화 시켰다.

여기에 아이들을 위한 배려도 빼 놓지 않았다. 아이들 방과 놀만한 곳에는 하늘을 향해 열린 천장과 발뒤꿈치를 들고 밖을 내다 볼 수 있는 작은 창문을 배치했다. 열린 천장과 창문으로 보이는 풍광, 이것이 아이들에게 가장 훌륭한 교과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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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도 빛을 최대한 받아 들였다. 화이트 톤의 타일 마감은 들어온 빛을 반사해 비어 있는 실내를 더욱 가득 차게 보이도록 만든다. 출입문 맞은 편 또한 벽을 배치하기 보다는 공간과 공간을 창을 통해 구분 지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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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위한 무한한 공간, 도전적인 주택 우주

무의미한 공간을 의미 있게 만들고자 할 때 맨 처음 시도하는 일은 벽을 세워 안과 밖을 구분 짓는 일이다. 하지만 벽은 한쪽과 다른 한쪽 사이에 단절을 불러온다. 벽으로 둘러 쌓인 집은 소리와 빛을 굴절 시킨다.

HB 건축사 사무소가 설계한 우주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벽을 최소화하고 빛을 최대한 끌어들여 바람과 빛의 통로를 확장시켰다. 안과 밖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어 삶의 공간을 열린 구조로 만들었다. 이 열린 우주 안에서 김영우 씨 가족은 빛 바래지 않은 추억을 만들고, 무한한 미래를 펼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 이미지 클릭 시 큰 이미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대지면적: 254.80㎡
|건축면적: 127.37㎡
|연면적: 207.55㎡
|건폐율: 49.66%
|용적률: 81.46%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마감: 노출콘크리트



: HB건축사사무소


: (주)이립건설


: 정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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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현
안락현
PHM ZINE 근무, fmk CORP. 투자 기획관리팀 근무, 인문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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