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번 “heritage street”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역사의 순간을 간직한 지역이다.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3명의 아이를 가진 호주 부부는 아이의 성장에 맞게 자신들의 주택을 확장해야 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역 건축회사인 Mitsuori Architects를 만난다.
건축 사무소와 호주 부부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아이를 중심에 두고, 집이 가진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던 라이프가 가능한 주택으로 재창조하는 것이었다.
사실, 모던 주택 하면 콘크리트나 석재를 사용한 주택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부부와 건축가는 목재를 사용해 콘크리트 모던 주택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모던 주택을 창조했다. 새로운 기법으로 2층으로 확장하고, 백야드와 바로 연결되는 오픈 리빙, 다이닝, 주방 공간을 만들었다.
목재의 따뜻한 감성을 담은 색다른 모던 주택
역사적 의미가 남다른 빅토리안 스타일 멜번 주택의 확장 리노베이션에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활발한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이었다. 3 명의 아이들과 그 친구들이 함께 뛰어놀 수 있는 건조하지 않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이런 다양한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매끈하고 심플은 일반적인 모던 주택의 파사드를 버리고 목조 주택의 멋이 한껏 발산되는 익스테리어를 택했다. 대신 실내는 노출 콘크리트와 화이트 컬러 직선을 활용해 일반 모던 주택의 멋과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냈다.
같은 마당인데 한국과 다른 느낌과 사용, 왜?
국내 주택에서 아웃도어(마당) 까지의 절차가 번거롭다. 거실에서 현관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신을 신은 후, 현관 문을 열고 몇 개의 계단(계단이 있다면)을 내려가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마당은 풍경을 제공하는 도구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서양 주택의 경우는 거실에서 큰 유리문(창)만 열면 바로 (맨발로도) 나갈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좋고, 리빙 공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런 차이는 아웃도어(마당)을 대하는 개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한국에서의 마당은 내부 공간과 단절되는 바깥 공간이고, 서양에서의 마당은 오픈된 내부 공간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그렇게 활용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이닝 테이블을 배치하기도 하고, 덱(Deck)을 만들어 빈백 등을 놓고 여가를 즐기기도 하는 것이다.
실내를 관통하는 덱과 백야드
아이들에게 필요한 공간은 제한된 실내 공간만이 아니다. 몸 전체로 느끼며 배울 수 있는 자연을 닮은 공간이 필요했다. 맨발로 느끼는 잔디의 포근함과 아삭함, 나무의 부드러움과 따뜻함, 그런 나무를 스치고 스며오는 자연의 향을 담은 시원한 바람 등 생활 속 모든 즐거움과 배움을 집 안에 담고 싶었다.
그래서 리빙룸, 다이닝룸 같은 생활 공간을 오픈 플랜으로 설계하고 여기서 아웃도어 공간이 덱(Deck, 데크)와 백야드가 마치 하나의 공간처럼 연결되도록 디자인했다. 실내에 있어도 자연을 느낄 수 있고 야외에 있어도 실내 같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게 덱과 슬라이딩 도어를 사용해 공간 사이의 이질감을 최소화했다.
상부 찬장을 최소화하면서 얻게 되는 편안함과 모던함
실내 디자이너는 찬장은 많은 게 좋은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공간에 필요한 만큼만 짜는 것이 최고라고 한다. 국내 주방의 특징은 상부를 가득 메운 찬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많은 상부 찬장은 사용하기 불편할 뿐 아니라 계획 없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필요하지 않은 공간이다. 이런 상부 수납장을 제거하면 공간이 한결 간결해지면서 시각적 확장성까지 얻는 효과를 낸다.
이 멜번 주택 주방의 찬장, 수납장 활용 방법은 좋을 예다. 벽 색에 맞춰 조리대 부분만 상부 찬장을 만들어 공간을 넓고 센티있게 보이도록 했다. 대신 아일랜드와 벽면 전체를 활용해 펜트리와 같은 수납공간을 만들어 주방 수납을 한 번에 해결하도록 디자인했다. 의례 수납장은 많아야 하고 상부를 채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린다면 멋지고 색다른 주방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 곳에서 만나 흩어지는 동선의 중요성과 멋
국내는 실내 동선에 대해 크게 따지지 않는 편이다. 공급자에 의해 일률적으로 제공되는 아파트 주택 문화에 길들어져 다른 편안하고 즐거운 동선을 경험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 생활에서 동선은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 공간을 배치하고 연결하느냐에 따라 죽은 공간이 되기도 하고, 쉽고 편안한, 동시에 아름다움까지 제공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보면 알겠지만, 이 멜번 모던 주택은 출입구에서 모든 공간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만난다. 이 통로는 미적 아름다움은 물론 다양한 기능까지 수행하며 공간과 공간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연결하도록 디자인되었다.
아이와 함께 생활하고 성장하는 가족이라면 목재를 많이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서양처럼 잔디가 많은 공간을 접하기 쉽지 않기에 최대한 자연의 향을 품은 목재와 목제 제품을 통해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성장기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공간이 미치는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는 것을 기억하자.
Architects
: MITSUORI ARCHITECTS
Photo
: Michael 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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