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건물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림이 대개 비슷하다. 넓은 잔디 광장 끝에 버티고 선 본관,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겨우 닿는 육중한 현관. 인도 중부 인도르(Indore)에 들어선 Prestige University의 새 대학 건물은 이 공식을 정반대로 뒤집는다. 높이 28m, 5층짜리 건물인데 진입로에서 보면 건물이라기보다 땅에서 슬금슬금 솟아오른 벽돌 언덕에 가깝다.
비밀은 지붕에 있다. 북쪽 모서리에서 사선으로 올라가는 지붕을 463개의 계단식 단으로 쪼갰고, 이 단들이 모여 9,000m² 넓이의 옥상 정원이자 최대 9,000명이 앉는 야외 객석이 된다. 설계는 뭄바이를 기반으로 108명의 직원이 55개 도시에서 200여 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Sanjay Puri Architects가 맡았다. 강한 햇빛과 더위를 그늘·중정·매스의 각도로 받아내는 데 능한 사무소인데, 이번엔 그 문법을 대학 캠퍼스의 심장부 규모로 키웠다.

위압감 대신 언덕을 택한 대학 건물
이 건물은 32에이커(약 13만m²) 캠퍼스의 중심 시설이다. 행정 사무실, 강당, 세미나실, 도서관, 카페테리아가 한 지붕 아래 모였다. 대학의 얼굴이자 가장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건물이니, 보통이라면 캠퍼스에서 제일 크고 제일 당당한 모습으로 짓는다.
설계팀은 그 반대로 갔다. 건축가가 공개한 콘셉트 다이어그램을 보면 판단 과정이 한눈에 보인다. 첫 칸에는 흔한 교육 건물의 육면체 덩어리가 놓여 있고, 다음 칸에서 그 덩어리의 지붕을 사람이 걸어오는 방향으로 비스듬히 깎아 내린다. 28m라는 높이는 그대로 두되, 그 높이가 방문객 눈앞에 한꺼번에 들이닥치지 않게 만든 것이다.
권위를 낮추는 건 곧 문턱을 낮추는 일이다. 교수와 학생, 행정 직원이 모두 쓰는 건물이 성채처럼 서 있으면 학생에겐 불려 가는 곳이 되기 쉽다. 반면 발밑에서부터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언덕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올라가 볼까, 하는 마음이 먼저 생긴다고 해야 할까.

463개의 단, 9,000명이 앉는 옥상 객석
지붕은 북쪽에서 시작해 대각선으로 다섯 개 레벨의 테라스를 이루며 올라간다. 모든 테라스는 사람이 자유롭게 오르내릴 수 있고, 일부 단은 휠체어로도 닿을 수 있게 만들었다. 단 하나하나는 삼삼오오 앉아 수다를 떨기 좋은 크기이고, 전체를 하나로 쓰면 입학식이나 축제 같은 큰 행사를 치르는 야외 객석이 된다.
보통 대학 건물의 옥상은 실외기와 물탱크 차지다. 학생이 올라갈 일도, 올라갈 방법도 없다. 이 건물은 건축면적만큼 넓은 그 땅을 통째로 캠퍼스 광장으로 돌려놨다. 땅 위에 따로 광장을 만들지 않고 건물 위에 겹쳐 놓았으니, 부지를 두 번 쓰는 셈이다.
지붕을 사람에게 돌려주는 건축은 최근 몇 년 사이 뚜렷한 흐름이 됐다. 앞서 소개한 〈지붕이 통째로 전망대가 된 노르웨이 박물관, The Whale〉은 곡면 지붕 전체를 산책로로 내줬고, 〈도쿄 한복판에 나선형 언덕을 세웠다, MoN Takanawa〉은 건물 자체를 오를 수 있는 언덕으로 만들었다. Prestige University는 여기에 ‘객석’이라는 기능을 얹었다는 점이 다르다. 오르는 곳이면서 동시에 앉아서 무언가를 함께 보는 곳이다.

이 형태는 어디서 왔나 — 천 년 넘은 계단 우물, 스텝웰
위에서 내려다보면 이 지붕이 무엇을 닮았는지 분명해진다. 인도의 스텝웰(stepwell), 현지 말로 바올리(baoli)나 바브(vav)라 부르는 계단 우물이다. 건조한 서부·북서부 지역에서 지하수까지 닿기 위해 땅을 여러 층 깊이로 파 내려가고, 그 벽면을 층층이 계단으로 짠 구조물이다. 라자스탄의 Chand Baori는 9세기 무렵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3개 층에 걸친 3,500여 개 계단이 기하학 무늬처럼 맞물려 있고, 구자라트의 Rani ki Vav는 201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올랐다.
스텝웰은 물 저장고이기만 했던 게 아니다. 땅속 깊이 내려갈수록 서늘해지니 한여름 더위를 피해 사람들이 모이는 공공의 쉼터였고, 마을의 사교장이었다. 설계팀은 1,100년 넘게 이어진 이 ‘물을 긷다 모이는 자리’를 대학의 모임 공간으로 옮겨 왔다고 설명한다. 흥미로운 건 방향이다. 옛 스텝웰은 땅 아래로 파고들었는데, 이 건물은 같은 계단을 땅 위로 쌓아 올렸다. 뒤집힌 스텝웰이라고 해도 좋겠다.
이런 태도는 건축사에서 ‘비판적 지역주의(critical regionalism)’라 부르는 흐름으로 읽힌다. 1980년대 건축 이론가 Kenneth Frampton이 체계화한 개념으로, 세계 어디에나 똑같이 서는 국제주의 모더니즘 대신 그 땅의 기후와 빛, 재료와 문화를 현대 건축의 언어로 다시 쓰자는 입장이다. 인도는 이 계보가 특히 두터운 나라다. Louis Kahn(루이스 칸)이 벽돌로 지은 Indian Institute of Management Ahmedabad(IIM Ahmedabad) 캠퍼스과 2018년 프리츠커상을 받은 Balkrishna Doshi(발크리슈나 도시)의 작업이 대표적이다. 벽돌로 지은 대학 건물이 전통 구조물의 형식을 빌려 기후에 답한다는 점에서 Prestige University도 그 계보 끝자락에 서 있다.

계단은 앉는 곳이다 — 광장이 된 지붕
계단식 단에 사람이 모이는 건 건축에서 가장 오래된 발명 중 하나다. 고대 그리스 극장은 언덕 경사면에 반원형 객석을 깎아 만들었고, 로마 스페인 광장의 계단은 수백 년째 여행자들의 의자 노릇을 한다. 계단은 원래 오르내리는 통로지만, 폭이 조금 넓어지고 방향이 한곳을 향하면 곧바로 앉는 자리가 된다.
이 지붕의 단들도 그렇다. 강의가 비는 시간에 두세 명이 걸터앉고, 큰 행사 날엔 수천 명이 한 방향을 본다. 캠퍼스 계획에서 흔히 말하는 ‘우연한 마주침’을 복도나 라운지가 아니라 지붕 전체로 풀어낸 셈이다. 단마다 잔디와 작은 나무를 심어 벽돌 일색의 표면에 숨 쉴 틈을 줬다.
조명도 눈여겨볼 만하다. 테라스 가장자리마다 원통형 소형 조명이 낮게 박혀 있다. 높은 가로등 대신 발밑을 비추는 저위치 조명을 쓴 건 계단식 공간에서 정석에 가까운 선택이다. 빛이 눈높이보다 아래에 머물러 눈부심이 없고, 단의 윤곽만 은은하게 떠올라 밤에도 발 디딜 곳이 읽힌다. 집 테라스나 계단에 조명을 달 계획이라면 이 방식을 참고할 만하다. 2700~3000K 정도의 따뜻한 색온도로 계단 옆면이나 챌면 아래에 작은 조명을 낮게 매립하면, 천장등 하나보다 훨씬 안전하고 분위기도 산다.

중정과 북쪽 빛, 에어컨보다 먼저 쓰는 기후 대응 건축
인도르는 1년 중 8개월 동안 기온이 30~40°C를 오가는 도시다. 이런 곳에서 큰 건물을 통유리로 감싸면 여름 내내 냉방기를 돌려야 한다. 설계팀이 택한 방법은 건물 곳곳에 작은 중정을 뚫는 것이었다. 깊은 건물 안쪽까지 조경을 들인 중정들이 흩어져 있고, 햇빛은 이 중정을 거쳐 간접광으로 각 층에 스며든다.
특히 북쪽 빛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북반구에서 북쪽 빛은 직사광이 거의 들지 않아 하루 종일 밝기가 고르고 열도 덜 들어온다. 화가의 작업실이나 옛 공장의 톱날 지붕이 북쪽을 향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중정과 북쪽 빛을 조합하는 방식은 인도 전통 건축에서 가져왔다. 인도의 전통 저택 하벨리(haveli)가 안뜰을 중심으로 방을 두르고, 그 안뜰로 바람과 빛을 돌렸던 것과 같은 원리다.
계단식 지붕도 기후 장치 노릇을 한다. 단이 들쭉날쭉하게 겹치면서 깊이가 제각각인 처마와 그늘이 생기고, 건물 앞 얕은 연못은 주변 공기를 식힌다. 그 결과 인공조명과 에어컨에 기대는 시간이 줄어든다. 친환경 설비를 덧붙이기 전에 형태 자체로 더위를 먼저 덜어내는 설계랄까.

대각선 실내 가로가 층과 층을 잇는다 — 조닝과 동선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긴 실내 가로 하나가 건물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른다. 콘셉트 다이어그램에서 ‘중앙 동선 척추’라고 표시한 바로 그 길이다. 이 길은 사람만 지나가는 게 아니다. 여러 개의 중정과 이어지면서 바람이 흐르는 통로가 되어 자연 환기를 돕는다. 동선과 환기를 하나의 선으로 묶은 셈이다.
층별 프로그램은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순서대로 쌓았다. 1층에는 700석 규모의 카페테리아(푸드코트)와 강당, 행정 사무실을 둬 접근성을 높였다. 2층은 도서관인데, 대각선 실내 가로 위를 가로지르는 브리지로 양쪽 공간을 잇는다. 3층에는 일반 강의실, 4층에는 계단식 강의실이 들어가 두 층에 걸쳐 45개 강의실을 갖췄고, 꼭대기 5층은 행정·교수 공간이다. 건물은 약 3,000명의 학생을 수용하도록 계획됐다.
도면을 보면 이 조닝이 단면과 딱 맞물려 있다는 게 보인다. 지붕이 북쪽에서 낮게 시작해 반대편으로 갈수록 높아지니,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실내 평면이 높은 쪽으로 몰리며 작아진다. 떠들썩한 식당과 강당은 넓은 저층에, 집중이 필요한 강의실과 조용한 교수 공간은 좁아진 상층에 둔 것이다. 소음의 위계와 건물 단면의 형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깔끔한 배치다.

노출 콘크리트와 벽돌, 샌드스톤 바닥 — 인테리어는 덜어서 완성한다
실내 마감은 세 가지 재료로 거의 끝난다. 점토 벽돌 벽, 노출 콘크리트 기둥과 천장, 인도산 샌드스톤을 깐 바닥이다. 외부의 벽돌이 실내까지 그대로 이어지니 안과 밖의 경계가 흐려지고, 중정을 향해 바닥부터 천장까지 연 유리벽이 그 느낌을 더 키운다. 카페테리아에 앉아 있으면 벽돌 중정이 실내의 연장처럼 보인다.
테라코타 톤의 따뜻한 벽돌과 차갑고 무채색인 콘크리트의 대비가 이 공간의 인상을 만든다. 카페테리아 천장에는 덕트와 설비를 감추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는데, 마감을 덧대지 않은 만큼 천장고가 높아지고 공간이 시원하게 열린다. 대학 식당처럼 사용량이 많은 공간에서 이런 ‘덜어낸’ 마감은 관리가 쉽고 오래 써도 낡은 티가 덜 난다는 실리도 있다.
빛은 대부분 중정에서 온다. 실내 가로의 콘크리트 천장에는 보 사이사이에 가늘고 긴 라인 조명을 달아 두었지만, 낮 동안의 주연은 어디까지나 자연광이다. 조명 설계에서는 전반 조명, 작업 조명, 연출 조명의 세 겹을 겹쳐야 공간에 깊이가 생긴다고 하는데, 이 건물은 그중 전반 조명의 상당 부분을 햇빛에 맡긴 셈이다. 집에서 이 조합을 빌려 온다면 벽 한 면을 벽돌 타일로, 천장은 노출 콘크리트 톤으로 두고, 벽돌 면을 위에서 쓸어내리는 간접 조명을 더하면 된다. 빛이 벽돌 요철을 타고 흐르며 벽 자체가 조명 기구처럼 보인다.

뜨거운 세 면엔 구멍 뚫린 스크린 — 현대판 잘리
동쪽, 서쪽, 남쪽 입면은 기하학 패턴으로 구멍을 뚫은 GFRC 스크린으로 감쌌다. GFRC는 유리섬유를 섞어 강도를 높인 콘크리트로, 얇고 가볍게 만들면서도 복잡한 패턴을 찍어낼 수 있어 외장 패널에 자주 쓰인다. 스크린과 건물 벽 사이에 공기층을 둔 통기형 구조라 햇빛을 한 번 걸러내고, 달궈진 공기는 그 틈으로 빠져나가 벽체로 들어오는 열을 줄인다.
이 스크린은 인도 건축의 오랜 장치인 잘리(jali)를 떠올리게 한다. 무굴 시대 건축에서 돌을 정교하게 뚫어 만든 격자창으로, 직사광을 부수고 바람은 통과시키며 안에서는 밖을 보되 밖에서는 안이 잘 보이지 않게 하는 장치였다. 재료가 돌에서 GFRC로 바뀌었을 뿐 하는 일은 거의 같다.
네 면 중 북쪽만 스크린을 두르지 않은 것도 앞서 본 전략과 맞물린다. 해가 강하게 드는 세 면은 막고, 고르고 부드러운 빛이 오는 북쪽은 연다. 입면 네 개가 각자 다른 표정을 가진 이유가 모양이 아니라 햇빛의 방향에 있는 셈이다. 스크린 색도 벽돌과 같은 테라코타 톤으로 맞춰, 멀리서 보면 벽돌 벽과 스크린이 하나의 덩어리로 읽힌다.

벽돌 한 가지 색으로 캠퍼스의 얼굴을 만들다
구조는 콘크리트와 플라이애시 벽돌로 세우고, 겉은 점토 벽돌로 마감했다. 플라이애시 벽돌은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재를 섞어 만든 벽돌로, 인도에서 흔히 쓰는 재료다. 벽, 계단, 테라스 난간, 스크린까지 같은 테라코타 톤으로 맞추다 보니 건물 전체가 땅을 깎아 만든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인다.
모서리에서 올려다본 모습은 거의 피라미드에 가깝다. 한쪽은 수직 벽으로 곧게 서 있고, 다른 쪽은 계단으로 무너져 내린다. 같은 건물이 보는 방향에 따라 성벽이 되기도 하고 언덕이 되기도 한다는 게 이 건물의 재미다. 벽돌 하나하나는 사람 손 크기인데, 그 작은 단위가 수만 번 반복되며 28m 높이의 거대한 경사면을 만든다.
대학 캠퍼스가 빠르게 늘어나는 곳에서는 비슷비슷한 유리 박스가 쉽게 복제된다. 이 건물은 그 반대편에 서서, 더위라는 조건과 스텝웰이라는 기억을 가지고 대학 건물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교실은 건물 안에 있지만, 이 캠퍼스에서 가장 큰 교실은 아무래도 지붕 위에 있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