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수업에서 배우는 용어와 실제 집을 지을 때 오가는 용어는 조금 다릅니다. 건축주가 설계사무소, 시공사와 대화하다 보면 “지금 어느 단계인가요?”에 답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시리즈 마지막 10회는 설계가 시작되어 집에 입주하기까지 순서대로 만나는 열두 가지 용어입니다. 학생에게는 앞으로 일할 세계의 지도이고, 건축주에게는 대화의 체크리스트입니다.
먼저 한눈에 정리하면
| 영어 | 한국어 | 한 줄 풀이 |
|---|---|---|
| SD | 에스디 · 기본설계 | Schematic Design, 큰 그림을 정하는 첫 설계 단계 |
| DD | 디디 · 중간설계 | Design Development, 큰 그림을 구체적인 도면으로 다듬는 단계 |
| CD | 씨디 · 실시설계 | Construction Documents, 시공에 필요한 모든 도면과 시방서 |
| Building Permit | 빌딩 퍼밋 · 건축허가 | 건물을 지어도 좋다고 관청이 내주는 허가 |
| Bid | 비드 · 입찰 | 시공사들에게 견적을 받아 비교해 선정하는 절차 |
| Contractor | 컨트랙터 · 시공사 | 실제로 건물을 짓는 회사 |
| Supervision | 슈퍼비전 · 감리 | 도면대로 공사가 되는지 현장에서 확인하는 일 |
| Change Order | 체인지 오더 · 설계변경 | 공사 중에 도면이나 자재를 바꾸는 것 |
| Punch List | 펀치 리스트 · 마무리 점검표 | 공사 막바지에 남은 결함을 모두 적은 목록 |
| As-built | 애즈빌트 · 준공도면 | 실제로 지어진 모습대로 다시 그린 도면 |
| Certificate of Occupancy | 사용승인 · 준공검사 | 관청이 “이제 입주해도 좋다”고 확인해 주는 절차 |
| BIM | 비아이엠 · 건물정보모델링 | 3D 모델에 재료·비용·일정 정보까지 담는 설계 방식 |
건물의 크기, 배치, 방의 구성, 외관 콘셉트를 스케치와 모형으로 보여주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건축주는 “이 집이 내가 원하는 집인가”를 확인하고 방향을 확정합니다.
여기서 방향을 바꾸는 것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지만 이후 단계에서 바꾸면 도면을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합니다. 그래서 SD 단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의견을 내야 합니다.
SD에서 정한 방향을 바탕으로 구조, 설비, 재료를 구체적으로 정합니다. 어떤 창을 쓸지, 벽 두께는 얼마인지, 외장재는 무엇인지가 결정됩니다.
한국에서는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로 나누기도 하는데, 기본설계는 SD와 DD를 합친 개념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공사를 실제로 진행할 수 있을 만큼 상세한 도면과 자재 사양서를 만드는 단계입니다. 평면·입면·단면·상세도가 수십 장에서 수백 장이 됩니다. 시공사는 이 도면을 보고 견적을 냅니다.
실시설계가 부실하면 공사 중에 “이건 어떻게 하죠?”가 끝없이 나옵니다. 그래서 실시설계가 촘촘한 집이 공사비 초과가 적습니다.
설계도서를 시청·구청에 제출해 건축법과 도시계획법 등에 맞는지 심사받고 받는 허가입니다. 이 허가 없이 공사를 시작하면 불법 건축이 됩니다.
소규모 주택도 대부분 건축허가나 건축신고 대상입니다. 허가 후에 착공신고를 하고 공사를 시작합니다. 설계사무소가 이 인허가 과정을 대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도면을 여러 시공사에 보내 견적서를 받고 가격, 공기, 경험을 비교합니다. 이를 ‘입찰’ 또는 ‘견적 비교’라고 합니다. 도면이 같아야 견적을 공정하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가장 싼 견적이 좋은 견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너무 싼 견적은 공사 중에 추가 비용이 붙을 위험이 있습니다.

설계자는 도면을 그리고 시공사는 그 도면대로 짓습니다. 한 회사가 설계와 시공을 함께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분리되어 있습니다. 분리하면 설계자가 시공사를 견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시공사는 그 아래에 다시 철근, 목수, 전기, 배관 같은 전문 하도급 업체를 두고 일합니다.
설계자나 별도의 전문가가 현장을 방문해 도면대로 시공되는지, 재료는 맞는지,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를 점검합니다. 건축주의 입장에서 시공을 감시하는 역할입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은 법으로 감리를 반드시 두게 되어 있습니다. 작은 주택도 감리를 붙이면 하자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공사가 시작된 뒤 건축주가 “이 창을 더 크게 해주세요”, “바닥재를 바꿔주세요”라고 요청하면 그것이 설계변경입니다. 비용과 공기가 함께 조정됩니다.
변경은 공정이 진행되기 전에 할수록 비용이 적게 듭니다. 이미 시공한 것을 뜯고 다시 하면 두 배의 비용이 듭니다.
공사가 거의 끝났을 때 건축주, 설계자, 시공사가 함께 집을 돌며 흠집, 미완성 부위, 작동 이상을 하나하나 목록으로 적는 것입니다. 이 목록이 다 해결되어야 최종 잔금을 지급합니다.
건축주가 준공 때 꼭 해야 하는 일 1순위입니다. 스티커를 붙이며 점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공사 중에는 크고 작은 변경이 생기기 때문에 최초 설계 도면과 실제 건물이 다를 수 있습니다. 준공 후에 실제 시공 결과를 반영해 다시 정리한 도면이 준공도면입니다.
나중에 리모델링하거나 배관 누수를 잡을 때 이 도면이 있으면 벽 속의 배관과 전선 위치를 알 수 있어 큰 도움이 됩니다.
공사가 끝나면 시청·구청이 허가받은 도면대로 지어졌는지 현장을 검사하고 사용승인서를 발급합니다. 이 서류가 나와야 등기와 입주, 전기·수도 정식 인입이 가능합니다.
미승인 상태로 입주하면 불법입니다. 건축주는 잔금 지급 전에 반드시 사용승인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의 약자입니다. 선으로 그린 도면 대신, 벽 하나하나에 재료와 두께, 비용 정보가 붙은 3D 모델로 건물을 설계합니다. 한 곳을 수정하면 평면·입면·단면이 자동으로 함께 바뀝니다.
설계와 시공 사이의 오류를 줄여줘서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이미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건축과 학생이라면 졸업 전에 반드시 익혀야 할 도구입니다.
오늘의 정리
집을 지을 때 순서는 SD → DD → CD → 건축허가 → 입찰 → 시공(감리) → 펀치 리스트 → 준공도면 → 사용승인입니다. 이 순서를 알면 지금 어느 단계인지,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10회에 걸친 건축 용어 시리즈는 여기까지입니다. 이 용어들이 건축 수업과 내 집 짓기, 여행지의 건물 읽기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앞서 소개한 건축 양식을 한 번에 — 고전에서 미니멀리즘까지 건축 사조 영어 용어 12개도 함께 보시면 흐름이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