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열재로 쓰던 스티로폼이 건물의 얼굴이 됐다 — 도쿄 발레 하우스의 EPS 파사드

단열재는 원래 벽 속에 숨어 있는 재료다. 보이지 않아야 제 역할을 다한 것으로 친다. 그런데 일본 도쿄의 한 건물은 이 재료를 벽 안이 아니라 건물의 얼굴로 꺼내 놓았다. 흔히 스티로폼이라 부르는 발포폴리스티렌(EPS), 그 단열 패널을 잘라 만든 수직 핀이 서향 파사드 전체를 뒤덮은 것이다.

도쿄 건축사무소 겐타 사노 앤 어소시에이츠(Kenta Sano & Associates)가 완성한 ‘도쿄 발레 하우스’ 이야기다. 발레 학원을 운영하던 건축주 가족을 위해 지어진 4층 건물로, 아래층에는 유리로 감싼 발레 스튜디오가, 위층에는 살림집이 들어섰다.

닫힌 무용실을 거리로 열다

기존 반지하 공간에서 발레 학원을 운영하던 이 건축주 가족은 무용수의 도약과 리프트를 감당할 수 있도록 천장고 4.2미터짜리 전용 스튜디오를 새로 지었다. 거리에서 보면 건물은 세 켜로 쌓여 있다. 주차와 부속 공간이 있는 개방형 1층, 유리로 통째 감싼 현대적인 무용 스튜디오, 그리고 그 위에 얹힌 살림집이다.

북쪽을 향한 파사드를 전면 유리로 마감해 거리를 지나는 사람도 발레 연습 장면을 볼 수 있게 했다. 건축가 겐타 사노는 “발레 스튜디오를 포함한 무용 연습실은 대개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닫힌 공간으로 만든다”며 “우리는 반대로 도시를 향해 과감하게 열리는 스튜디오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북쪽 개구부를 무대의 프로시니엄으로, 커튼처럼 걸린 텍스타일을 무대 막으로 상상하면 스튜디오는 하나의 무대가 되고 바깥 도시는 객석처럼 확장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단열재가 만든 그림자

반면 유리로 열어둔 북쪽 면과 달리, 불투명하게 막아야 했던 서쪽 파사드에는 리브 형태의 EPS 패널이 사용됐다. 원래 단열재로 더 많이 쓰이는 재료다. 건축가는 이 패널을 사다리꼴 단면으로 잘라 깊은 수직 핀을 만들었고,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가 외벽에 드리우도록 했다.

내부로 들어가면 노출된 철골보와 설비 배관이 거울 벽 위로 그대로 드러난다. 바닥에는 쿠션감 있는 하지재 위에 스프링 리놀륨을 깔아, 무용수에게 필요한 부드러움과 미끄럼 방지 성능을 함께 확보했다. 스튜디오 위에는 테라스로 둘러싸인 작은 주거 볼륨이 3, 4층을 차지한다. 겹쳐 쌓은 매스 사이 틈은 깊은 처마를 만들고, 그 처마와 테라스를 따라 나무와 관목이 늘어선다.

도쿄 발레 하우스의 목재 테라스
사진: Kenta Sano & Associates

동네 사람을 학생으로 만든 파사드

건물이 자리한 도쿄 도시마구는 리쿠기엔 정원 인근의 오래된 주택가로, 개발이 이어지며 녹지가 점차 줄어든 동네다. 건축가는 집 주변과 보도를 따라 나무와 식재를 더해, 이 지역이 한때 에도 최대의 묘목 산지였던 역사를 은유하면서도 재개발이 진행 중인 동네에 다시 초록을 채워 넣었다.

건물이 완공된 뒤 예상치 못한 변화도 있었다. 겐타 사노는 “스튜디오 안에서 벌어지는 활동이 동네에 널리 알려진 것이 가장 보람 있던 결과 중 하나”라며 “새 스튜디오가 완공된 뒤 근처에 사는 90대 여성이 새 학생으로 발레 학원에 등록했다”고 전했다.

단열재를 벽 속에 숨기지 않고 건물의 표정으로 삼았다는 점, 그리고 닫혀 있던 무용실을 거리를 향해 열어젖혔다는 점. 이 두 선택은 서로 다른 이야기 같지만 결국 같은 태도에서 나왔다. 재료든 공간이든,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그대로 두지 않고 한 번 더 물어본 결과라는 것이다. 흔한 단열재 하나도 쓰는 방식에 따라 건물의 얼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작은 발레 학원이 보여준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Dezeen — Tokyo Ballet House uses glazed facade to put ballet on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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