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m, 방은 무엇일까? 자는 곳? 침대와 책상이 있는 공간? 물론 맞다. 하지만 정확한 말은 아니다. 룸은 방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공간 자체를 정의하기도 하기도 한다.
For Sleep? Means More Than That
한국의 전통 가옥도 그 기능과 쓰임에 따라 안방, 사랑채, 건넌방 등 다양하게 나누어 부른다. 외국도 그 쓰임과 기능을 따라 방을 다양하게 나누어 부르고 사용한다. Living room, Dining room, Study room(서재), Bath room 등등.
국내에서 방(Room)은 개인 공간 즉, 잠을 자거나 오픈된 공간으로부터 폐쇄된 일정 또는 일부 공간을 의미한다. 그래서 대체로 침실을 말할 때 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서양의 룸(Room)은 공간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벽이 없어도 기능적으로 분리된 다른 공간이라면 Room이라 한다.
Room, 방을 넘어 공간으로
이같은 단어 의미 차이는 Room 이라는 영어 단어를 방으로 단순화해 사용하게 되면서다. 이는 공간을 대하며,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과 그 공간에 대한 오랜 인식 그리고 문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원룸과 아파트로 대변되는 국내 주택 문화도 집과 방에 대한 인식과 활용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서양은 리빙룸, 다이닝룸 아웃도어 등 여러 공간을 기능에 따라 나누고 개인의 취향과 취미를 입혀 사용한다. 필요에 따라서 리노베이션을 하거나 파티션, 책장, 가구 등을 사용해 공간을 나눈다. 반면 국내는 아파트, 원룸 같은 주어진 공간에 자신을 맞춰 살아야 한다. 이런 국내 현실도 룸에 대한 개념과 생활을 국한하는데 일조했다.
결혼 전까지 부모와 함께 사는 문화도 영향을 미친다. 서양의 경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부모에게서 독립한다. 작든 크든, 친구와 쉐어를 하든 혼자 지내든, 내 집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이때부터 부모의 취향에 맞게 디자인된 부모의 집에서 벗어나 내 취향에 맞는 공간을 만들고 디자인하며 생활할 공간을 갖게 된다. 내 방으로 한정되어 있던 내 생활 공간이 내 집으로 넓혀지면서 리빙룸, 다이닝룸, 베란다, 바코니, 주방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확장된다. 나를 찾고 확립해가는 20살 시기에 내 공간을 가지느냐 아니냐는 매우 중요한 의미이며 생각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가령 부모와 함께 살 경우 거실 생활에 제약을 받게 된다. 베란다도 내 취향대로 꾸미고 싶지만 부모님 쓰기에 편하도록 사용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립된 내 룸(침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다. 내 생활의 모든 것이 제약을 받게된다. 반면 내 집이라 할 수 있는 공간 생활하게 되면 침실은 물론 거실, 주방 모든 실내 공간을 내 방처럼 자유롭게 사용, 변화할 수 있다. 이 같은 생활 공간의 확장은 생각과 활동의 확장을 가져오며 궁극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명확하게 알아가게 된다.
침실은 많은 룸 중 하나일 뿐
영어에서 거실은 Living room, 음식을 하고 먹는 곳은 Dining room, 샤워하고 치장하는 곳을 Restroom(Bathroom)이라 하며, 잠을 자는 곳을 Bedroom이라 한다. 침실 외에도 집을 구성하는 모든 공간이 생활 공간으로써 하나의 소중한 룸이다. 국내 욕실이 서양 욕실에 비해 작고 또 폐쇄적인 것은 내 생활 공간 중 하나가 아닌 화장실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생활 공간을 침실, 방 하나에 국한하는 것은 내 삶을 제한하는 것과 다름없다. 다양하고 즐거운 집 생활을 위해서는 룸에 대한 개념을 확장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확장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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