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이상의 집을 짓게 되면 아래층의 천장과 위층의 바닥이 공유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인식하며 살았다. 위층에서 뛰면 아래층에 소음이 전달되는 것도 이런 집의 구조 때문이다. 그런데 지붕이 있는 집 위에 또 다른 집을 쌓아 만든 집이 도쿄에 있다. 이 괴상한 집은 그 독특한 형태 때문에 한 번 눈을 주면 쉽게 시선을 옮길 수 없게 한다.
지붕까지 만들고 왜 그 위에 또 다른 층을?
이 주택은 도쿄의 Shimogamo 지역에 있다. Shimogamo에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신사 중 하나가 있는 곳이다. 신사의 형태를 보면 지붕이 있는 매스(Mass)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이런 신사의 형태, 지역의 특성을 담아내는 시도를 한 결과물이 바로 이 주택이다.
* Mass: 건축 용어로 한 덩어리의 건축물을 말한다. 가령 2개의 매스로 만들어진 건물이라고 하면, 형태적으로 2개의 건물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2층은 1층의 지붕 위에 얹혀 있고, 2층 위에는 컨테이너 박스처럼 생긴 독립된 건물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재미있는 부분은 2층 건물과 3층 건물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는 것. 재료의 연속성을 끊는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분리된 2층과 3층 사이 500mm가량의 공간을 유리로 마감하여 3층이 위태롭게 떠있는 형상을 만들어 냈다.
각 층이 하나의 건물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외장재 이외는 형태적으로도 독립되어 있기 때문에 한 번 눈을 주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기 쉽지 않은 주택이다.
계단이 평범하지 않다.
층과 층을 연결하는 계단은 내부에서 그 위치가 분명하다. 1층과 2층 사이 계단 위치는 2층과 3층 사이 계단 위치와 같은 것이 기본이다. 그래야 공간을 구성하고 배치하는 것이 깔끔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이 일본 주택은 계단의 위치가 독특하다. 어디서는 평행하게 배치되기도 하고, 어디서는 대각선으로, 어디서는 공간을 가로지르기도 한다.
일반 건물에서(대량생산 주택에서) 계단이 층과 층을 이동, 연결하는 매우 건조하고, 무감정이며, 기능을 위해 존재하는 존재라면, 이 일본 주택에서는 공간의 안내자이고, 공간을 거슬러 또 다른 공간으로의 유희를 주는 존재다. 독특한 공간 배치에 일반적인 계단 배치도 어려웠을 것이다.
여기는 뭐 하는 곳이야?
공간의 형태도 일반 주택과는 다르다. 다이닝룸 옆에 테라스가 위치하고, 맞은편에는 허리 높이 위치의 레벨이 다른 (다른 층은 아님) 평상이 보이며, 그 옆에는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위치해있다. 평상은 다시 발코니와 연결되고 발코니에서 반 층 내려오면 테라스에 들어서게 된다.
구체적으로 1층에는 다실과 어린이방이 있고, 다용도실(주방), 테라스는 2층에 위치한다. 평상은 3층과 2층 사이 메자닌으로 배치했으며, 3층은 취미 공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마을을 감싸는 산의 모습을 지붕에 담아내면서 자연과 마을과 어우러지는 집을 만들고 싶었다고 tomohiro hata 설계자는 말한다. 서로 부딪히고, 합쳐지고, 중첩되어 다양한 장소와 그 사이의 편안한 관계가 있는 주거 공간을 만들려는 건축가의 의도가 어렵지 않게 읽히는 주택이다.
Architecture firm: Tomohiro Hata Arhictect&Associates
Photos: All Image Courtesy of Tomohiro H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