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 모양 주택 디자인, 어떤 장점이 있을까?

주택 건축에서 형태적(외관) 디자인을 강조하는 경우 독특한 지붕이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사각이 아닌 디자인을 만들다 보면, 건물을 덮는 지붕의 형태가 기존과는 다른 디자인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결과다. 그럼 지붕을 빼고 독특한 주택 형태의 끝판왕이라면 어떤 모습일까? 그에 대한 하나의 답이 여기 있다. 도넛처럼 가운데를 비워둔 원형 형태의 주택(Round House).

벽 없이 공간이 나눠지는 독특한 구성과 동선

도넛을 연상시키는 이 주택은 미국 애리조나에 계획된 단독 주택으로 좀처럼 보기 드문, 건물 내부(안)가 비어 있는(중정;Courtyard) 원형 주택이다. 일본 주택에서 간간이 보이지만 지금 이 미국 도넛형 주택과 비교하면 수준 다른 형태임을 느끼게 된다. 

건물 중앙을 중정으로 사용하고 생활에 필요한 내부 공간은 원형 고리를 따라간다. 이렇게 형태를 따라 공간을 배치하다 보니, 곡선으로 인해 내부는 시각적인 사각지대가 생긴다. 이런 곡률 원리를 이용하면 내부에 따로 벽을 만들지 않고도 공간 분리가 가능해진다. 주방과 거실 사이, 거실과 서재 사이, 자연스럽게 공간이 시선에서 차단된다. 건물 형태가 벽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공간 배치만 적절하게 잘하면 내부 복도를 이용해 끊임없이 걷는 것도 가능해진.

공간 분리는 바닥 단차를 이용

곡률이 있는 내부 공간은 양 사이드가 뚫린 간이 벽(책장 같은)을 새우거나 바닥의 단차, 즉 바닥 높이차를 이용해 공간을 분리한다. 주방에서 거실로 2 계단 정도 높이 차를 두면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의식 적으로 공간이 바뀌는 것을 감지하며 이용하게 된다. 어떤 공간을 높이고 낮추냐에 따가 공간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이런 단차는 1층과 2층의 축소판 정도의 기능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아늑함을 강조하고 싶다면, 기존 레벨보다 낮게, 활동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싶다면, 기존 레벨 보다 높게 바닥 높이를 조절하면 효과적이다.

어떤 집보다도 밝은 내부

이 집의 독특한 부분은 외벽에 창이 많은 그 어떤 집보다도 내부가 밝고, 그 어떤 집보다 프라이버시 보호가 강하다는 것이다. 바로 건물 내부 중정의 활용 방식 때문이다. 중정을 바라보는 창을 통해 충만한 채광이 내부로 들어오고 내부 어디에 있든 보이는 중정으로 인해 그 어떤 집보다 큰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공간감 역시 최고치로 끌어낸다.

같은 공간이지만 각자 따로가 가능

아파트 거실에서 아빠와 딸, 엄마와 아빠가 각자의 개인 시간을 즐길 수 있을까? 아무리 넓은 거실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나 혼자 있다는 느낌을 받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 도넛 형태의 주택에서는 같은 공간에 있어도 따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

아빠는 거실 앞 중정에서 맥주를 마시고, 딸은 자기 방 앞 중정에서 태닝을 해도 서로에게 전혀 방해를 주지 않는다. 엄마가 중정에서 무엇을 하든, 주방에서 무엇을 하든, 딸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것이 형태(디자인)가 가져다주는 효과다.

이런 구조, 단점은 없을까?

이런 형태가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단점 중 하나가 바로 난방이다. 일반적인 사각의 주택 형태에 비해 내부를 데우고 유지하는 게 어렵다. 겨울에는 쓰지 않는 방을 닫아 놓고 난방을 끄며, 비용 절약을 하는 한국과 같은 날씨에는 매우 취약한 형태다.

또한 내부 구성이 모두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 벽이나, 문이 없이 열려있는 공간)로 구성되어 있어, 시각적, 기능적으로 공간을 나눌 수는 있지만, 소리(소음)가 공간 전체에 전달된다는 약점도 있다.

국내에서는 바람과는 달리, 이런 형태와 내부 구성의 주택을 만나게 되는 건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건축가가 없어서는 아니다. 그보다, 경험해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는 낯선 형태의 공간을 즐기며 생활할 클라이언트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클라이언트가 원한다고 해도, 이런 형태의 건물을 지을 땅도 찾기 어려울 것이며, 더욱이 한국 날씨에 적합하게 만들려고 하면, 비용적인 부담이 상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생활하는 사람들의 삶을 담은 다양한 형태의 주택들이 만들어지고, 이야기되기를 바라본다.

DESIGN:
Chensuchart Studio

VISUALIZED:
tridi.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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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란
최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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