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도심 속 고아파트 탑층의 작고 독특한 보금자리

도시는 이미 오래전 포화 상태가 되었고 기존의 공간을 허물지 않는 한 새로운 환경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는 주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즈음,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집을 새로 짓는 것을 대체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게 만들었다. 양질의 주거 환경을 누리기 위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미 오래전 완성된 공간을 원하는 방향으로 ‘재완성’ 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한다.

밝은 색 벽돌의 외벽과 강렬한 노란색의 나선형 계단이 어우러진 이 주택은 런던 동부 Mile End Road에 자리한 아파트의 최상층을 개조한 것으로, Vine Architecture Studio의 재치 있는 아이디어들로 새롭게 탄생했다.

분위기의 조화는 물론, 사용성에도 주의를 기울인 실내 마감

마감재는 공간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요소이다. Vine Architecture Studio는 흰색 벽에 밝은 톤의 스프러스(가문비나무)를, 그보다 조금 무게감 있는 스모크드 오크를 바닥재로 사용해 균형 잡힌 무게감을 조성하고 가구와 슬라이딩 도어에 동일한 목재를 사용해 성격이 다른 공간에서도 전체적인 통일감을 연출했다.

스프러스는 제대로 건조시키지 않으면 뒤틀리기 쉽다는 단점이 있지만, 목질이 물러 가공이 쉽고 중량 대비 견고하다는 장점이 있어 가구나 마감재는 물론이고 구조재로도 두루 사용되는 목재이다. 뿐만 아니라 심재와 변재의 색상 차이가 크지 않다는 특징 덕에 스프러스를 사용한 부분은 마감에 오염이 생겼을 경우 여러 번에 거쳐 샌딩과 코팅을 반복해 유지, 보수에 유리하다.

공간의 볼륨을 바꾸는 방법, 지붕 디자인

이미 만들어진 건축물은 구조 안전 상의 이유로 손댈 수 없거나 구조체의 변동에 대응하는 보강재를 필요로 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런 까닭에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 건축물에 구조적인 위험을 가하지 않는 수준에서 내, 외부의 공간을 일부 재구성하거나 실내, 외 마감을 바꾸어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주방과 거실을 바닥 단 차이로만 구분한 오픈플랜인 이 집의 지붕은 쉽게 보기 어려운 지붕 형태를 하고 있다. 이전의 평평하고 낮은 층고를 보완하기 위해 주방과 거실 바닥 단차 경계선에서 두 개의 박공 지붕이 나뉘는 것이다. 폭이 넓은 하나의 공간을 한 방향의 거대한 경사지붕 또는 하나의 박공으로 처리하지 않은 것이다.

더불어 거실과 주방 각각의 공간에 설치된 박공 지붕으로 오픈플랜의 공간에 가상의 경계가 만들어진 듯한 효과가 만들어졌다.

두 개의 박공은 목재로 제작하고 그 나무살 사이에 유리창을 설치하는 아이디어를 적용했다. 지붕의 경사 중 일부분은 태양의 각도에 의해 변화하며 이는 직사광선을 최소화하고 실내 온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데에 효과적이다.

Spiral Staircase, 미적 아름다움은 굿! 사용성은 글쎄

나선형 계단(Spiral Staircase)은 해외 주택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바깥 공간보다 내부에서 주로 사용하며, 미의 개념보다는 공간적 제약으로 불가피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선형 계단은 결과적으로 사용자와 방문자에게 독특한 공간적, 시각적 경험을 주는 장치가 된다. 나선이라는 특유의 형태 때문이다.

나선형 계단은 시각적 매력이 풍부하지만, 사이즈가 줄어들수록 기능성(사용)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일정 폭 이하로 좁아지면 사용에 불편함을 유발한다. 그래서 위층과 아래층을 연결하는 계단으로 나선형 디자인을 사용할 때는 폭 1.5m 전후를 확보하는 것이 좋으며, 위와 같이 폭이 좁은 디자인은 공간이 협소한 메자닌(복층) 구조나 층고가 높은 곳에 위치해 사용 빈도가 낮은 공간에 채용한다.

비용 절감,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 리모델링

보존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Vine Architecture Studio는 이 아파트에도 기존의 공간에 새로운 장치를 결합해 새로운 레이아웃의 공간을 만들었다. 

기존의 낮고 평평한 지붕과 작은 창문을 걷어내고 넓은 창을 계획해 집 앞과 지붕의 테라스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하고 새로운 지붕의 나무살 사이에 채광창을 계획해 거실과 주방, 침실 등의 실내 곳곳에 북측의 자연광이 쏟아지도록 했다.

공간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기존의 공간이 가진 위치적 이점을 충분히 살린 것이다. 건물과 경제적 가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난개발이 난무하는 요즘, 조금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면 오래되어 낡은 것들이 가지는 가치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ARCHITECTS
: VINE Architecture Studio

더 볼만한 기사

Riley
Riley
낯선 장소에서 공간을 탐험하는 디자이너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More like this
Related

인테리어, 사람의 습관과 성격까지 읽어낸다. HBO 미드 Girls 속 찰리 스튜디오.

작은 스튜디오 공간을 보면 어떻게 인테리어를 해야 할지 막막할...
00:11:18

고가 아래 체육관! 버려진 땅 재활용! 

두 소장의 건축물 탐방기, 되면 간다! 교각 아래 버려진...
00:30:47

건축 유학, 과연 가야하는 걸까 [아키리즘, 에잇 7th 잡담]

공간은 경험의 산물이다. 공간을 경험하지 않으면, 그 공간을 디자인할...

엉뚱하고 기발한 모양의 텍사스 오스틴 지역 주택

미국 텍사스주 Austin 마을에 있는 이 엉뚱하면서도 기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