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짜리 단기 연수로 건축계의 노벨상 Pritzker Prize 꿈꾸는 대한민국

5월 국토교통부가 넥스트 프리츠커 프로젝트(NPP사업) 사업을 발표했다. 건축인이 해외 설계사무소나 연구기관에서 선진 설계기법을 배워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교육 및 체재비 등을 지원한다는 골자의 프로젝트다. 그런데 이런 프로젝트 보도에 건축계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한국 건축(가)의 실력이 해외 수준이 아니다?

국토 교통부가 발표한 넥스트 프리츠커 프로젝트(NPP사업) 사업은 청년 건축사를 모집해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해외 건축 연수 비용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 프로젝트 기저에 깔린 건축계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비전문적 접근법과 문제의식이다. 대한민국에 프리츠커 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부족한 건축 교육과 해외 경험으로 보고, 해결 방안을 인재 육성에 맞췄다. 무척 아쉬운 접근에 결과물이다. 기존 스포츠 인재 육성식 프로그램을 적용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내 건축(가) 수준은 낮지 않다. 국내 건축 기술이 해외보다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3개월에서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후원으로 건축 프리츠커 상 수상자를 키워내겠다는 발상이다. 건축 프리츠커 상은 이 같은 근시안적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지는 분야가 아니다. 더 광범위하고, 복합적이다. 스포츠 인재 육성도 5-10년간 선수를 지원한다. 3개월에서 1년이라는 지원 기간은 어떤 통계를 바탕으로 산출된 것인지 궁금하다.

건축가 문제 아닌, 제도, 법, 미디어의 역량 문제

인재 육성이라 함은 국내 건축가의 자질이 떨어진다는 기조가 깔려 있는 것이다. 지금은 90년대 말이 아니다. 해외 경험이 힘들거나, 기술 부족으로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해외의 수많은 건축계 소식과 활동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에서 우리는 건축을 하고 있다. 프리츠커 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다양한 재능과 자질을 갖춘 건축가가 없어서가 아닌 이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는 국내의 건축법과 제도, 그리고 부족한 미디어의 문제가 더 크다.

필요한 건 현실적인 건축법과 규제, 그리고 질 좋은 미디어

실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건축가 개별의 자질의 문제가 아닌, 제한된 환경과 서포트의 부재다. 건축법의 문제는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건축가들이 목멘 소리를 하고 있지만 바뀌지 않고 있다. 현실을 반영 못 하는 규제들이 국내 건축의 성장을 막고, 세계 속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미디어의 부제 역시 큰 문제다. 가까운 일본 사례만 들어도 크고 작은 다양한 건축 관련 미디어들이 건축가를 대중 안으로 끌어 온다. 미디어가 건축가를 키워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건축이 힘을 얻으려면 대중 속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국내 건축 관련 미디어는 건축가끼리의 소통 통로에 머무르고 있다. 해외 건축 미디어와의 소통, 교류, 협력도 미흡하다. 이런 교류를 하는 국내 건축 미디어는 현재 PHM (www.phmkorea.com) 정도다. PHM도 주택 관련 건축 분야에 한정되어 있어 건축 전반을 놓고 본다면, 해외 미디어와 활발한 교류를 하는 미디어는 현재 국내에는없다고 봐야 한다.

해외와 교류하는 미디어의 탄생과 발전이 중요한 이유는 국내 건축을 해외에 소개하고 알릴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교류가 한국인 프리츠커 상 수상을 앞당기는 발판이 될 것이다.

건축가 후원, 양성과 동시 미디어의 활성화도 필요

현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인재도 중요하지만 고루한 건축 이야기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장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깨어있는 작은 미디어, 소규모 건축 그룹, 개별 건축가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교류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행해지고 있다. 다행히 이런 노력으로 최근에는 건축 강의를 질 높은 문화 강의로 받아들이며, 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계별적 활동에는 한계가 있다. 건축 표현의 자유를 막는 불필요한 법과 규제를 손보고 미디어의 활성화에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프리츠커 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 국토부 해외 연수 프로젝트 홈페이지 : http://www.2019npp.kr/#
| 국토 교통부 보도 자료 : https://m.blog.naver.com/mltmkr/221542154276

ⓒ ph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합니다.

더 볼만한 기사

공 경태
공 경태
사진 찍고 글 쓰고 칵테일 만들며 집 꾸미는 엔지니어. 생활 공간이 삶의 질의 바꾼다고 몸소 채험하는 집돌이.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More like this
Related

00:01:17

삼대가 함께 오손도손 살아가는 가(家) – 오손도손家

사면이 모두 정면성을 가지는 주택이다. 단순하면서도 그 단순함에서 오는...

함께라는 집의 가치로 채운 오픈감 충만한 슬라이딩 도어의 산타모니카 주택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 지역에 있는 이 주택은 Fleetwood Fernandez Architects...

목재와 패브릭 제품에 블랙을 더한 새로의 시도의 중국 스튜디오(원룸) 아파트

Design : HOTWALLS / China 이 중국 스튜디오형 아파트는 목재를...

20세기 중반 스칸디나비안 인테리어의 절정을 보여주는 캘리포니아 Venice Beach 주택

여유와 편안함으로 가득한 캘리포니아 Venice Beach 인근에 있는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