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국내 건축계에서는 타이완 중국의 주택 건축이 한국을 넘어서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한국 주택 건축이 생활 공간으로서 발전이 더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RIGI Design 건축사사무소에서 디자인한 이 상하이 White House 주택을 보면 그냥 루머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1940년대 건축된 건물을 사용해 쇼룸 같은 생활 공간을 만들어 냈다. 총 3층으로 구성된 240m2(약 72 평)의 화이트 외관의 주택이다.
쇼룸 같은 집, 나를 얼마나 아냐에 달려 있다
계획도면을 보면, 건축가와 사용자가 공간을 표현하는 방법이 새롭다. 조금 특별하다.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색감과 톤은 물론이고 가구와 소품을 사용해 공간을 표현하는 방식이 마치 애플과 같은 제품을 디자인하는 사람을 연상시킨다. 일러스트 작가가 떠오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디자이너와 일반인의 차이는 단순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는 무수한 작업의 반복에 의한 결과물로 그만큼 많은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표현 방법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같은 전문가의 힘을 빌리면 되는 부분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사용자 자신이 풀어야 할 부분이다.
이 상하이 가족은 무엇을 좋아하는 지 알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명확하고 확고하다면 이제 머리 가득한 아이디어를 공간에 꺼내기만 하면 된다. 이 과정이 어려울 때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RIGI Design 창시자 Kai Liu가 그 일 맡았다. 건축가이자 디자인인 그는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온전하게 현실화했다. 간결하면서도 세련되고, 직선적이면서도 부드러우며, 쇼룸 같지만 생기 넘친다. 특히 건물 자체가 가지는 볼륨감과 입체감은 놀랍게 다가온다.
* 블랙 사용법 (클릭)
감성에 감각을 더하는 작업 CMF의 걸작
외관은 주변 고건물과 대비되는 화이트를 사용해 그 독특함을 극대화했고, 정제되었지만, 화이트와 그레이를 기본으로 라이트 톤의 블루와 그린을 섞은 듯하게 표현하는 몇 가지 색상의 활용은 종전 주택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컬러 활용이다. 이러한 색상에 가구나 소품이 뒷받침해주면서 특별함만이 아닌 조화로움까지 가지고 있는 공간이 탄생했다. 컬러, 메터리어, 피니싱의 조합인 CMF의 정점을 보여주는 인테리어라는 것도 눈여겨 볼 점이이다.
Pegboard(타공판)가 만드는 자유롭고 정결한 인테리어
공간은 감각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 감성에 관한 것이다. 생활하는 사람의 감성을 풀어내는 방법이 바로 감각이다. 하지만 대부분 이 둘의 선행 관계를 혼동한다. 그러다 보니 예쁘지만 생활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온전한 공간을 창조하기 쉽지 않게 된다.
이 상하이 주택의 아름다움은 감성을 풀어내는 작업이 선행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런 감성을 Pegboard라는 감각적인 타공판을 사용해 표현했다. 타공판은 그 형태와 디자인 때문에 사용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젊은 가족과 디자인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들 위주로 사용되는 제품이다.
입체적 공간, 입체적 침실, 공간 밖으로 빼도 좋아
국내에서 빌트인(붙박이장)이 진리처럼 사용되고 있다. 내부 사용 공간을 사각으로 깔끔하게 만든다는 이유 때문이다. 붙박이장으로 완성된 공간의 입체감은 0에 가깝다. 싫증 나기 쉽고 생동감도 떨어진다. 아파트 구조에 익숙한 국내에서는 공간의 입체감과 볼륨감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다. 반면 이 White House는 집 전체가 입체적이다. 같은 붙박이장이지만 공간을 감싸는 마감법으로 깔끔하면서도 입체적인 생동감 넘치는 공간을 창출했다.
볼륨감 넘치는 수직구조의 멋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만 만끽할 수 있다
집 전체를 감싸는 볼륨감은 감각적인 계단 디자인으로 3층까지 오픈되는 수직구조의 힘이 크다. 메시브한 상업 건물에서나 활용되는 나선 계단 배치로 계단 자체가 주는 입체적 디자인이 수직구조와 만나면서 볼륨감을 더 높였다.
Split Floor (스플릿 플로어)처럼 계단 주변 공간은 업무 공간이나 욕실 등으로 새롭고 알차게 사용한다. 화이트와 목재, 라이트 블루를 사용해 넓고 부드러운 공간을 연출한다.
* 스플릿 플로어의 정의와 특징 (클릭)
집을 재화 수단으로만 취급한다면 이런 개인 주택은 탄생할 수 없다. 나, 넓게는 가족의 나의 아이가 먹고 자라는 생활 공간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가능한 공간이다. 우리가 물려주어야 할 것은 House가 아닌, Home이다.
Architects
: RIGI Design
Photographs
: Tian Fangfang
ⓒ PHM ZINE 기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