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현대 주택의 경향은 창 활용의 최대화와 자연을 닮은 에코 환경의 주택 디자인에 있다. 창의 활용은 에코 주택의 일부이기도 하다. 자연광과 주변 환경을 최대한 실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시카고 외곽에 있는 주택으로 주택 오너 Kiley and Jim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자연 친화적 디자인의 주택을 원했고 시카고에 기반을 둔 Kuklinski + Rappe Architects 건축사가 이를 실행에 옮겼다.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크기와 많은 양의 창, 창틀과 바닥 사이 높이의 마감, 그리고 코트야드다.
이런 디자인을 차용한 가장 큰 이유는 외출이 힘든, 휠체어를 타고 생활해야하는 장애 아들을 위한 배려에서 시작되었다.
| 장애 아들을 배려한 바닥 마감과 많은 창, 넓은 코트야드
세 명의 자녀와 함께 사는 함께 Kiley and Jim은 자신들의 삶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창조적인 환경의 공간을 조성하고 싶었다. 특히 몸을 재대로 움직일 수 없는 장애 아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쉽게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도록 창틀의 높이를 바닥과 맞추고 외출이 쉽지 않기에 바깥 풍경을 내부에서 만끽할 수 있도록 크고 많은 창을 만들었다. 세개의 코트야드와 정원 역시 외출이 힘든 아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이 윈도우(High Windows)의 활용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탄식을 자아낼 만큼 위치 선택과 짜임이 아름답다.
| 넓고 다양한 창, 프라이버시와 단열 문제는?
이런 아름다운 창을 내 집에 적용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있다. 바로 단열과 프라이버시다. 특히 여름과 겨울이 뚜렷한 국내에서 단열 걱정과 범죄 몰카 관련 벽 대신 창을 사용하는데 거부감이 크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한국은 창을 크게, 많이 만들어 사용하는 구조가 아니었다. 이런 생활 습관과 사회 현상 등이 얽혀 이 시카고 주택처럼 창을 활용해 집을 디자인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하지만 한국의 단열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온돌 이외의 난방 시스템을 더한다면 단열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으며, 창의 방향을 잘 정하다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풍경과 자연광까지 해결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기술의 문제라기 보다 기존 개념의 틀을 깨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 복도와 코트야드를 관통하는 창
외국의 어느 건축가는 창을 바다에 비유했다. 시원하게 찰랑거리는 물결과 파란 하늘, 하얀 구름이 주는 감동은 언제나 즐겁고 새롭다. 창은 공간을 특별하게 만든다. 같은 사각의 공간에 얼마나, 어느 위치에 창을 만드냐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와 가치가 달라진다.
이 시카고 주택의 복도는 코트야드 사이를 관통하는 창으로 인해 전혀 다른 가치의 복도를 창조했다. 뮤지엄이나 아트 갤러리에서나 경험했을 관경을 매일 집에서 즐기는 디자인으로 장애 아들을 위한 배려 부분이기도 하다. 천장과 벽, 바닥을 안정을 주는 짙은 톤의 목제 바닥재를 사용해 마감하면서 자연광으로 인해 실내에 무게감을 더하도록 했다.
| 창으로 연결되는 방과 코트야드
자녀들의 침실 역시 한 쪽 벽면은 코트야드와 연결되도록 디자인했다. 방의 문을 열어 두면 양면이 모두 다른 위치의 코트야드와 연결되게 된다. 부드러움과 안락함을 만들기 위해 목제 맞춤 가구로 벽을 마감하고 잔디 색의 카펫을 깔았다. 집의 크기에 비해 작은 사이즈의 방임에도 작은 느낌 없이 그대로 머물기 좋은 공간을 만들었다.
인테리어 컬러 선택 시 여러 컬러를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아이들의 방의 경우는 예외다. 아이들의 시각과 상상을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컬러를 사용해도 좋다.
| 조명보다 밝은 High Windows 다이닝, 키친, 리빙룸 공간
주방, 다이닝 공간 역시 커다란 창이 벽 하나를 채운다. 여기에 천장 바로 아래로 길게 창을 만들었다. 마치 가든에 있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이 창의 힘이 크다.
조명은 실내를 밝히는 빛 외에도 분위기를 좌우하는 인테리어로의 힘을 가지고 있다. 창이 없는 주택에서 조명에 힘을 주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시카고 주택의 단순하게 길게 뻗어 나가는 하이 윈도우의 존재는 조명의 밝기를 덮을 만큼 실내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
하이 윈도우는 오피스룸과 클로셋으로도 이어진다. 존재만으로 데코레이션 역할까지 수행하며 공간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전체 공간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생각하면 존재의 영향력이 더욱 놀랍게 다가온다.
찍어내 듯 만들어진 아파트의 가장 큰 단점은 아프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살기에 힘든 공간이라는 것이다. 찬장 높이, 계단, 바닥재 등 어디 한 곳 그들을 위한 배려나 변화 가능한 디자인이 아니다. 이 시카고 주택처럼 생활하는 사람의 상태에 맞춘 집을 짓어 생활하는 것도 어렵다. 배려가 결여되고 또 사치처럼 흘러가는 한국 주거 공간, 주택 시장, 사회 분위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계기를 주는 주택이다.
Architects
: Kuklinski + Rappe Architects
Photo
: Tom Har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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