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고 정리해도 너저분한 키친은 항상 문젯거리다. 이런 키친 정리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물품들을 보이지 않게 넣어버리는 것. 주방의 캐비닛에 문을 다는 건, 디자인과 외부 먼지와도 관련 있지만, 이렇게 정리 안 되는 내부를 감추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타고나기를 정리 정돈이 어려운 사람에게 다양한 종류와 제품으로 가득한 주방은 재앙과도 같은 공간이다. 캐비닛은 그 재앙으로부터 사용자를 구해주는 세이버다.
하지만 예쁘고, 멋진 대다 고가이기까지 한 주방용품을 어둠 속에 숨겨 놓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고가의 예쁜 옷을 사고는 입지 않고 옷장에 보관하는 것과 같다. 서양의 경우 그릇과 같은 주방용품을 집을 꾸미는 오브젝트, 데코레이션으로 확장해 생각하기도 한다.
한국 역시, 아파트 이전에는 보관식 찬장보다는 주방에 쌓아두거나 볕 좋은 곳에 두고 말려 사용했다. 서양에 비해 식기의 종류가 많은 한국 주방 특성을 감안하면, 아파트의 주방은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어려웠고, 많은 식기와 주방 기구 보관을 위해 주방 벽면 위아래로 수많은 수납장을 만들었다. 그런 습관이 50여 년간 이어져 오면서 주방 식기 수납에 대한 고정 관념이 자리 잡게 되었다.
반면 여전히 단독 주택이 많고 오픈 공간을 선호하는 서양은 오픈 찬장을 활용하거나 아이에 아일랜드 위쪽에 매달아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주방용품 보관이 주방 환경을 어떻게 바꾸는지, 서양은 어떻게 주방용품과 기구를 보관하는지 대해 알아보려 한다.
식기류, 넣지 않고 매달기
레스토랑의 주방은 식기류를 캐비닛에 보관하지 않고 바로 요리가 가능하도록 상부에 매달고 사용한다. 이런 아이디어에 착안하여 주택에서도 팬이나 냄비 같은 손잡이가 달린 식기류를 상부에 매달아 사용한다. 주방 인테리어의 하나로 데코레이션 역할도 병행하게 된다. 스테인리스로 통일된 제품은 주방을 전문가 느낌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 무엇이든 대단한 음식이 나올 것 같은 기대를 만든다.
아일랜드 상부가 아닌 벽 한쪽에 매다는 디자인도 있다. 레트로하고 러스틱한 디자인으로 프로페셔널한 공간의 느낌보다 정감 있고 평범한 가정의 느낌을 강하게 만든다.
글라스 도어 캐비닛 활용
주방용품을 매달아 사용하는 것이 아직 어려운 문화라면 캐비닛의 문을 유리로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은 어떨까? 진열의 미학과 더불어 깔끔한 정리까지 가능한 디자인이다. 멋진 식기류와 주방용품을 더 강조할 수 있다. 강렬한 컬러의 활용도 좋지만 다양한 제품이 어우러지는 주방은 블랙&화이트라는 큰 틀로 베이스를 맞춰주면 매끄러운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이때 블랙은 선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이 먼지 쌓이는 것에 걱정한다. 하지만 캐비닛에 보관해도 사용 전 물이나 헝겊으로 닦아주고 사용해야 하는 것은 같다. 지금까지 캐비닛 안에 보관하고 사용 시 그냥 사용했다면 옳은 방법은 아니다. 어차피 요리하기 전에 불에 달구니 괜찮지 않냐고? 그렇다면 매달아 사용하는 주방 용기도 문제 될 것은 없다. 요리 전 불에 달구어 사용하는 것은 마찬가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