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것은 대부분 빠르게 변한다. 그래서 절정의 순간이 가면 사람들 눈길 밖으로 벗어난다. 전통은 다르다. 쉽게 다가오지 않지만, 천천히 빠져 그윽함에 오래오래 머물게 된다.

국내 주택 익스테리어 트렌드는 내부보다 외부에 많은 힘을 쏟는다. 화려하고 또 자극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좋아지고 익숙해지고 머물고 싶은 어떤 ‘은은함’은 찾기 쉽지 않다.

건축사사무소 공유(공유건축)가 지은 단독 주택 ‘향은재’는 신축 건물임에도 설계에 베인 그윽함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화려하고 자극적 이기보다, 미술 작품처럼 오래 보며, 작품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이해가 되는 그런 미술 작품 같은 집이다.

이런 깊이 있는 향은재는 놀랍게도 30대 건축가의 손에서 시작되었다.

향은재는 수원시 장안구에 있다. 대지면적 249㎡(75평), 연면적 317㎡(96평)의 3층짜리 철근콘크리트 구조 주택이다. 이름과 걸맞게 주택 외부는 먹색 점토 벽돌과 목재, 콘크리트 담장 벽돌을 마감재로 사용해 담백하고 안정적인 외관을 창조했다.

향은재, 젊음과 전통의 이해의 산물

향은재는 노부부가 사는 집이다. 70대의 건축주의 나이와 시대를 생각하면 40-50대 건축가를 찾아 작업을 시작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건축주는 의외의 과감한 선택을 했다.

자신과 연령대가 비슷한 건축가가 자신의 삶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반적 통념을 버렸다. 30대가 가진 젊은 에너지와 건축주 삶에 쌓인 선험적 경험의 지혜가 만났을 때의 시너지에 강한 기대가 있었다.

담백한 향이 보이는  익스테리어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은 도시 한복판에 자연을 느껴지도록 집 주변에 나무를 식재하고, 콘크리트 주택임에도 많은 양의 목재를 사용했다. 이렇게 집 내외부를 채우는 나무와 식물은 은은한 향으로 집 안팎을 유영하며 시각과 후각을 자극한다.

넓고 트인 현대식 내부 구조, 가족 모두가 놀기 좋은 집

1층은 거실, 주방, 창고와 차고를 배치하고, 2층은 안방, 가족실, 다용도실을 놓았다. 3층은 다실, 취미실로 구성했다. 또 1층~3층 모두 아웃도어 역할의 덱(Deck), 발코니, 텃밭을 조성해 아파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공간과 분위기를 만들었다.

건축을 의뢰한 가족은 자녀와 손자, 손녀가 자주 집에 방문했을 때 불편함이 없도록 넓고 개방된 구조와 가능하면 벽을 나누지 않고 공간과 공간이 소통하는 장소를 원했다 . 젊은 건축가를 선택한 것도 이런 폭넓은 세대 간의 격차를 공간으로도 해소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현대식 구조에 어르신의 편의를 더한 1층 거실과 주방

1층 현관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섰을 때 대청마루에 서 있는 것과 같이 시원한 느낌이 든다. 가족들이 맘껏 놀 수 있도록 거실을 넓게 가져갔다. 구조적으로는 현대식이다. 하지만 공간 자체는 노부부가 사용하기 편하고 익숙한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목재 선택과 활용 방법, 커튼과 소품 등이 그 예다.

또한 거실 천장 일부를 없애 수직적인 개방감을 주고, 천창 2개를 달아 거실을 더욱 밝게 만들었다. 거실에서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변화를 볼 수 있어 실내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전통으로 가득한 과거로의 타임머신 공간, 2층

오픈된 현대식 공간 반대편에는 건축주의 다실가 있다. 완전히 다른 공간이다. 시대의 반대편에 있는 과거의 공간이고, 옛것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두 개의 전혀 다른 공간이 하나의 층에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것은 이 집만이 가진 매력이다.

2층은 복층 형태로 설계되었고, 벽 대신 유리로 공간을 구분하였기에 1층 위에 떠 있는 느낌을 준다. 2층 다실은 조용하지만, 소통의 장소이다. 소통의 전제는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실은 벽을 최소화하고 여러 개의 창을 냈다.

나선 계단과 엘리베이터

2층 안방은 슬라이딩 도어를 달았고, 출입로로서 나선형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있다. 노부부가 쓰기에는 다소 높은 3층에 각층의 독립성이 강하여 만든 장치다. 무척 과감한 시도로 집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고층 빌딩에서 보아온 엘리베이터 형태 그대로의 모습이 내부와 이질감을 만든다. 디자인을 조금 바꿀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나선형 계단은 계단 자체가 계속 꺾이는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넘어지더라도 중간에서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큰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좁은 공간임에도 계단 높이를 완만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몸이 불편한 분들에게 좋은 면이 있다.

취미실 양옆으로 하늘정원과 옥상 텃밭을 만들었다. 초기 디자인에는 텃밭은 없었지만 노부의 요청으로 나중에 만들어진 공간이다.

일상생활의 무료함을 달래면서 자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활동의 공간이다. 밤하늘의 별빛을 한껏 받아들이는 텃밭에서 일하다 다실에서 잠이 드는 것, 어쩌면 ‘향은재’만이 줄 수 있는 행복이 아닐까

건축물을 시각과 기능으로 그 가치를 판단하곤 한다. 그러나 ‘향은재’는 후각을 더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주택과 다르다. 우리 삶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은 부분이 때로 크게 작용한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그려내는 ‘향은재’의 설계가 오래오래 한자리에 머물며 바라보게 한다.

Architects
: 김성우(공유건축)

Photos
: 백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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